산뢰이山雷頤
주역 27번 괘
위아래 양효 하나씩이 입술처럼 감싸고 가운데 네 음효가 텅 빈 입안처럼 비어 있어서, 벌어진 턱(이(頤))의 모양을 그린 괘야. 무엇을 먹고 무엇으로 자신을 채워 기를 것인가, 곧 몸과 마음을 무엇으로 양분 삼느냐를 묻는 자리지.
괘의 짜임
위는 산(간)이라 멈춤이고, 아래는 우레(진)라 움직임이야. 씹을 때 위턱은 가만있고 아래턱만 오르내리는 것처럼, 위가 고요하고 아래가 움직이는 이 구도가 먹어서 기르는 입의 작동을 그대로 베낀 그림이지. 무엇을 입에 넣고 어떤 말을 낼지는 신중히 그치고, 스스로 구하는 노력은 부지런히 움직이라는 뜻도 담겨.
괘사 — 괘 전체의 말
이 괘는 기르는 방식이 바르면 길하다고 봐. 남이 무엇으로 자기를 채우는지 그 방식이 옳은지 살피고, 동시에 제 입에 채울 걸 남에게 기대지 말고 제힘으로 구하라는 거지. 헛것으로 배를 채우면 몸은 채워도 근본이 상하거든. 옛글은 이 괘를 보고 밖으로 나가는 말과 안으로 들어오는 음식, 곧 입으로 드나드는 두 가지를 함께 다스리라 했어.
여섯 효 — 아래에서 위로
맨 아래 양효로, 본디 스스로 설 힘을 지닌 자리야. 그런데 제 안의 신령한 거북을 버려두고 남이 먹는 걸 부러워하며 턱을 늘어뜨린다고 그렸어. 거북은 안 먹고도 오래 사는 넉넉한 밑천인데, 그걸 지녔으면서 남의 입만 쳐다보며 군침 흘리니 흉으로 봐.
아래 둘째 음효로, 하괘 가운데를 얻었으나 스스로 채울 힘이 없어 남에게 길러 주길 구하는 자리야. 거꾸로 아래에 기대어 기름을 구하니 도리에 어긋나고, 다시 높은 데 기대려 나아가도 흉하다고 봤어. 위아래 어디에도 제대로 응하는 짝이 없어 기댈 곳을 찾아 헤맬수록 어긋나는 처지지.
아래 세 효의 맨 위 음효로, 자리도 어긋나고 움직임 끝에 놓여 조급함이 극에 달한 자리야. 기르는 도리를 정면으로 어겨 바르게 하려 해도 흉하고, 십 년을 두어도 쓸 데가 없다고 봤어. 여섯 효 가운데 기름이 가장 어긋난 대목이지.
위 세 효의 첫 음효로, 자리가 바르고 맨 아래 초효와 바르게 응하는 자리야. 같은 아래로 향한 구함이라도 둘째 효와 달리 여기선 길하다고 봐. 윗자리에 있으면서 아래의 바른 힘을 끌어와 마땅한 일을 기르기 때문이지. 호랑이가 먹이를 노려보듯 끊임없이 구하는 그 욕구에 허물이 없다고 했어.
위 세 효의 가운데 음효로, 우두머리 자리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아래를 기를 힘이 모자란 자리야. 도리에 어긋나나 바른 자리를 지켜 머물면 길하고, 큰 내를 건너선 안 된다고 봤어. 바로 위 굳센 양에 기대어 아래를 기르되, 그 힘이 온전히 제 것은 아니라 큰일을 벌이면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지.
맨 위 양효로, 온 괘의 여러 음이 말미암아 길러지는 근원의 자리야. 굳센 양이 위에서 아래 다섯을 먹이는 원천이 되니 스승이나 어른처럼 여럿을 부양하는 무게가 실려. 이 자리를 말미암아 길러지니 위태로우나 길하고,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고 봤어. 무거운 책임에 늘 조심스러운 위태로움이 따르지만 바르게 지면 큰일도 감당한다는 뜻이지.
이럴 땐 이렇게 읽어
무엇으로 서로를 채우고 기르는 관계인지를 묻는 괘야. 이 사이가 두 사람에게 어떤 양분을 주고 있는지가 초점이지. 서로의 바탕을 북돋아 함께 자라는 사이라면 든든한 기름의 관계야. 반대로 제 안의 힘을 두고 상대에게 채움만 바라며 기대거나, 질투와 집착과 거짓 같은 그릇된 것으로 관계를 채우면 흉의 얼굴이 되지. 입 밖으로 낸 말 한마디가 관계를 먹이기도 상하게도 하니 말을 삼가는 게 특히 무거워.
무엇으로 사업과 살림을 먹여 키우는가, 그 밑천의 정당함을 보는 괘야. 남의 자본이나 요행에 매달리기보다 제힘으로 벌어 근본을 기르면 길이 열려. 여럿을 먹이는 자리라면 무게는 무거워도 바르게 지면 큰일도 감당하지. 반대로 자기 자원을 두고 남의 돈만 좇아 헤매거나, 부실하거나 그릇된 것으로 장부를 채우면 흉의 얼굴이야. 들어오는 수익원이 건강한지, 나가는 비용과 말이 절제되는지를 함께 점검해.
무엇을 배우고 익혀 자신을 기르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시기야. 남이 떠먹여 주길 기다리기보다 제힘으로 배우고 쌓으면 그 양분이 몸이 되지. 아랫사람이나 동료의 바른 힘을 끌어와 일을 기르는 것도 길해. 반대로 제 재능을 헐값으로 여기고 남의 자리만 부러워하거나, 헛된 방식으로 경력을 채우다 오래 지나도 쓸 데가 없어지면 흉의 얼굴이야. 이직은 새 자리가 나를 무엇으로 기를지, 그 양분이 건강한지 가린 뒤 정해.
무엇을 취해 나를 채울까 물으면, 이 괘는 채움의 내용부터 가리라고 답해. 결정의 크기보다 그 선택이 나를 기르는 양분인지 상하게 하는 헛것인지가 관건이지. 스스로 구한 정당한 걸 취하고, 힘이 모자랄 땐 무리한 큰 건을 미루고 바른 자리를 지키는 게 길의 얼굴이야. 기댈 곳을 찾아 이리저리 움직이다 도리를 잃거나 조급함에 아무것으로나 배를 채우는 게 흉의 얼굴이고. 큰 건을 벌일지는 그 짐을 감당할 힘이 있는지로 가려.
먹고 기르는 괘인 만큼 몸을 무엇으로 채우는지와 곧장 닿아. 바른 양분을 규칙 있게 들이고 절제하는 데 길의 씨앗이 있지. 잘 먹고 잘 자 근본 기력을 기르면 몸이 살아. 반대로 몸에 해로운 걸로 입을 채우거나, 절제 없이 지나치게 들이거나 반대로 굶어 근본을 상하게 하면 흉의 얼굴이야. 먹는 것과 뱉는 말을 함께 다스리라는 뜻으로도 읽어. 다만 실제 증상은 전문 진료로 확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