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산함澤山咸
주역 31번 괘
산 위에 못이 얹혀 서로를 적시고 받드는 감응(感應)의 괘야. 두 기운이 밀고 당기며 마음이 오가는 때인데, 그 감응이 참되려면 머리로 재는 사심을 비우고 순수하게 느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괘의 짜임
위는 못(태)이라 기쁨이고, 아래는 산(간)이라 멈춤이야. 산이 못의 물기를 받아 촉촉해지고 못은 산이라는 든든한 그릇에 담겨 새지 않지. 위가 기뻐 아래로 내려오고 아래가 멈춰 위를 받드니, 먼저 다가가는 쪽이 몸을 낮춰 상대를 받들 때 감응이 통한다는 뜻이야.
괘사 — 괘 전체의 말
함은 서로 느껴 통하는 감응의 때라 두 기운이 막힘없이 오가니 형통해. 다만 그 통함이 오래가고 이로우려면 바름을 지켜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 감정에 휩쓸려 사사로이 끌리기만 하면 이내 흐려지고, 곧고 순수한 마음으로 반응할 때에야 이로움이 따라. 사람과 인연을 맺고 관계를 여는 일에는 길하니, 마음을 열고 다가가되 그 통함을 계산이나 유혹으로 오염시키지 않는 게 이 때의 처신이야.
여섯 효 — 아래에서 위로
맨 아래 음효로, 감응이 이제 막 엄지발가락에 닿은 자리야. 몸의 가장 끝에서 처음 일어난 미세한 움직임이라, 아직 겉으로 드러나거나 뭘 이룰 단계가 아니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으나 그 흔들림이 발끝에 머물러 좋다 나쁘다 못 박을 수 없는 조짐일 뿐이야.
아래 둘째 음효로, 감응이 장딴지에 이른 자리야. 종아리는 제 뜻으로 앞서지 못하고 넓적다리 가는 대로 딸려 가는 부위라, 함부로 먼저 나서면 위태롭지. 다만 자리도 바르고 균형을 지녔으며 위의 다섯째 효와 바르게 응해, 조급히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를 지켜 상대를 기다리면 길하다고 봐.
아래 세 효의 맨 위 양효로, 감응이 넓적다리에 이른 자리야. 넓적다리는 스스로 방향을 못 정하고 발 가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부위지. 위의 상효에 이끌려 아래 것들을 따라 덩달아 움직이려는 성질이 있어, 줏대 없이 남을 좇아 나서기만 하면 부끄러움을 얻어.
위 세 효의 첫 양효로, 감응이 마침내 마음의 자리에 이른 대목이야. 이 괘에서 심장에 해당하는 핵심 효라 감응이 참되냐 그르냐가 여기서 갈려. 곧고 바르게 감응하면 길하여 뉘우칠 일이 사라지지만, 마음이 이리저리 오가며 상대의 반응을 재고 계산하면 그 왕래가 좁고 얕아져. 사심을 비우고 통하면 넓게 통하고, 사사로이 재면 아는 사람 몇에게만 좁게 미쳐.
위 세 효의 가운데 양효로, 감응이 등살에 이른 자리야. 등은 마음 바로 위이면서 스스로는 잘 못 느끼는 무딘 부위지. 자리도 바르고 아래 둘째 효와 응하지만 감응이 등에 걸려 절실함이 옅어. 그래서 크게 길하지도 흉하지도 않아 뉘우칠 일은 없다고 봐. 사사로운 끌림에 흔들리지 않는 담담함으로도 새길 수 있지.
맨 위 음효로, 감응이 광대뼈와 뺨과 혀에 이른 자리야. 몸의 사다리를 끝까지 올라 마침내 입에 닿았으니, 감응이 마음을 거치지 않고 말로만 나오는 대목이지. 말로만 다가가는 감응은 겉의 사귐일 뿐 속이 통한 게 아니라 입에 발린 소리에 그치기 쉬워.
이럴 땐 이렇게 읽어
함은 이름 그대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고 마음이 통하기 시작하는 때라, 첫 만남과 호감과 설렘의 국면에 가장 잘 어울려. 한쪽이 몸을 낮춰 다가가고 다른 쪽이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그림이라 상호 감응이 살아 있는 좋은 신호로 읽을 수 있지. 다만 길의 얼굴은 사심 없이 곧게 다가가 마음이 넓게 통하는 데 있고, 흉의 얼굴은 분위기에 휩쓸려 좇거나 말로만 달콤하게 구는 데 있어. 끌린다면 진심을 담아 다가가되 그 끌림이 순수한지 겉의 설렘인지는 시간을 두고 가려.
사람 사이의 감응이 핵심인 괘라, 재물과 사업에서는 거래와 협상과 제휴처럼 상대의 마음을 얻어야 이뤄지는 일에 걸려. 서로 뜻이 통하고 반응이 오가면 성사의 기운이 있지. 먼저 몸을 낮춰 상대의 필요에 진심으로 응하는 데 길의 씨앗이 있어. 반대로 입에 발린 말과 겉치레로 홀리거나 잇속을 재며 저울질해 신뢰를 좁히면 흉의 얼굴이야. 당장의 이문만 따지면 관계가 얕아져 거래도 오래 못 가고, 순수하게 통한 자리에서 나오는 이익이 참된 이익이지.
윗사람과 동료와 조직과 마음이 통하는지가 일의 향방을 가르는 때로 읽어. 뜻이 서로 감응하면 협업과 발탁의 기운이 열리지. 조급히 먼저 나서지 않고 제자리에서 바르게 응하며 때를 기다리는 진득함, 사심 없이 통하는 진정성에 길의 씨앗이 있어. 반대로 남 따라 휩쓸려 움직이거나 인정받으려 겉으로만 비위를 맞추면 흉의 얼굴이야. 이직은 새 자리의 사람들과 마음이 통할 수 있는 곳인지를 함께 살핀 뒤 정해.
다가갈까 물러설까 물으면, 함은 대체로 열고 다가가는 쪽으로 기울어. 두 기운이 통하는 좋은 때이니 마음을 닫고 재기만 하기보다 진심으로 반응하는 편이 이롭지. 다만 상대를 저울질하며 오가는 계산을 내려놓고 사심 없이 통해야 넓게 이어져. 겉의 끌림에 휩쓸려 급히 몸을 던지거나 말과 분위기에만 기대 결정하는 게 흉의 얼굴이고,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가되 그 감응이 참된지 시간을 두고 확인하는 게 길의 얼굴이야.
감응이 발끝에서 입까지 몸을 타고 오르는 괘라, 건강에서는 신경과 감각과 마음의 반응이 몸과 얽히는 국면에 견줘. 마음의 동요가 몸의 증상으로 드러나거나, 반대로 몸의 감각에 예민해진 상태로 읽을 수 있지. 마음을 비워 두근거림과 조바심을 가라앉히는 데 길의 씨앗이 있어. 감정에 휩쓸려 마음이 이리저리 오가며 몸까지 지치게 하는 게 흉의 얼굴이야. 다만 실제 증상은 전문 진료로 확인해.